생태공동체운동본부 회원의날
총무인사
일 시 : 2014년 6월 24일 오후 5시
장 소 : 초동교회
□ 저는 이제 나이가 들어 흰머리도 많이 나고, 큰 아이가 제가 장가간 나이쯤에 장가들었다면 할아버지가 되었을 텐데, 요즘도 저는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안 쓰는 불을 왜 켜 놓느냐? 빨리 가서 꺼라!! 아니 컵에 물을 받아서 양치질 해야지, 왜 물을 계속 틀어 놓고 하느냐?” “아니 걸어가면 금방인데, 뭘 차를 타고 가려 하느냐?” “뭐 생명운동 한다는 교단에서 왜 하는 짓이 그렇게 반생명적이냐?” 그런 잔소리를 들으면 예전에는 받아치거나 화도 내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 잔소리를 또 안 들으려고, 잔소리를 듣게 되는 내 원초적인 행동을 고쳐나가는 적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 아내의 잔소리는 기장 생태 공동체운동 본부에 참여해서부터 무슨 생태 인문학 모임이다, 생태기행이다 해서 참여하면서부터 약간 그 잔소리가 늘어 난 게 사실입니다. 곰곰이 내가 야단맞은 것들의 공통점을 축약해 보았습니다. “너는 덜 생태적이고, 더 환경적이며, 소비적이다”는 것입니다. 어미가 보통 잔소리를 합니다. 새끼를 더 잘 키우고자 합니다. 괜찮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그 잔소리가 모아지고 모아져서 아이가 온전하게 서고 걷게 됩니다.
□ 잔소리 할 때 “잔”은 “적다”는 것입니다. 적은 것들이 모아지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한 적은 생태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샤워를 하면 샴푸를 많이 쳐 발라서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카카오톡을 보낸 내용에서, 샴푸가 머리를 속으로 들어가서 뇌 속에 쌓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샴푸를 적게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았고 그 대신 비누를 사용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비누를 열 번 문질러 거품이 많이 일게 하고 머리를 감았는데, 그 다음 부터는 하는 둥 마는 둥 비누를 칠하다가 요즘에는 비누를 칠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적당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 요즘에는 약간 찬물로 바꾸고, 그 다음 부터는 샤워하는 시간을 2-30초를 대충 씻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현재는 여기까지인데 앞으로는 꼭 하루에 한번 씩 샤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세수만 간단히 하는데 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샴푸를 쓰고 비누를 쓰고, 뜨거운 물을 많이 쓰는 것은 어쨌든 환경을 결코 좋아지는 쪽으로 가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 환경이 1mm이라도 좋아지고, 이산화탄소를 1mm이라도 줄이려면, 내가 의도적으로 내 자신에게 잔소리를 해야 합니다. “내가 뜨거운 물을 많이 쓰면 우이천에 사는 송사리들이 죽을 수 있어!!” 생명과 환경을 살리려면 우리 개인들의 적은 노력, 잔잔한 노력들이 합해져야 합니다. 뭐 적당하려는 것 아니지만 인사말을 이면지로 사용하고, 남은 여백에 글을 썼습니다.
□ 예전에 우리는 자연을 어머니로 생각했습니다. 생각을 바꿔 봅시다. 우리가 어머니이고, 자연을 구유에 누인 어린 아기로 생각해 봅시다. 불쌍하고 어린아이들 그 어머니가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피조물을 불쌍히 여기고 긍휼히 여기는 만으론 감싸 안는 심정으로 조그마한 노력, 잔잔한 사랑으로 감싸 안으십시다.
□ 에밀리 디킨슨이 이런 시를 썼습니다.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또는 한 괴로움을 달래는 또는 헐떡거리는 로빈 새 한 마리를 또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저와 여러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잔잔한 일 지극히 적은 한 생명이라도 살리는 일을 하여 결코 헛되지 않은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 두 번째로 맞이하는 회원의 날을 감축 드리고 텃밭을 가꾸는 교회가 21개가 생긴 것을 축하드립니다. 텃밭에서 상추 같은 것이 잘되면 제 주소는 강북구 수유동 벽산 아파트입니다. 하늘로부터 녹색은총 가득히 받으시고 회원 여러분의 적은 노력이 이 땅 안에서 하늘나라의 잔잔한 불꽃을 함께 일으켜 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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