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미래와 우리의 책임
전병금 (강남교회)
1984년 8월에 한국 교회는 선교 10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 100주년 선교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대회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교회의 저력을 과시한 자리이기도 했다. 대회기간 중 국내와 해외에서 350만~400만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는데, 저명한 외국 신학자와 교역자도 다수 참석했다. 세계교회는 눈부시게 성장한 개신교와 많은 대형교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한국 교회를 벤치마킹 하고는 바쁘게 돌아갔다.
그러던 한국교회가 1990년대부터 침체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문제는 한국 교회의 침체 요인이 교회 외적인 데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교회 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평가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된 요인이 목회자들의 심각한 윤리적 일탈행위로부터 나오는 문제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나빠지고 있어 이제는 거의 회생 불능의 지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요즘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교회의 재정비리, 은퇴 교역자들의 퇴직금 흥정, 대형교회의 목회 세습, 목회자의 성윤리 문제, 십자군식 타종교 성역 침범, 교권의 추락 등은 모두가 목회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모름지기 목회자는 그 시대의 양심과 표상이 되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상기에 열거한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목회자가 이리도 많은지,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다. 성도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목회자들, 특히 한국 교회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목회자들의 일탈행위는 한국교회를 엄청난 위기로 몰아가 한국교회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통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미래학자 최윤식이 쓴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라는 책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다가올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한국교회에 대한 그의 전망은 어둡다. 그는 “한국교회의 잔치는 이제 끝났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잠시 주춤한 것이 아니라, 이제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갱신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2050-2060년도에는 400만, 아니 300만 명대로 교인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2005년 정부에서 시행한 인구주택조사 결과 개신교인 수가 870만(18.7%)이라고 조사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개신교 간판을 내건 이단의 규모를 150-250만 정도로 본다면, 실제 개신교인의 수는 약 620-720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후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 개신교인 숫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또 한국교회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추락해 간다면, 최윤식 박사의 어두운 예견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한국교회가 이대로 한탄하면서 대책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현재 당하고 있거나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목회자들이 하나님과 한국 사회 앞에 올바로 서야 한다.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을 향하여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전 11:1)고 한 것처럼 오직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낮고 천한 이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그 구원의 감격을 놓치지 않을 때, 온전히 그리스도를 본받고, 이 모든 암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면 바로 큰 위기를 맞는다. 바로 그곳에서부터 세상적인 탐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근자에 미국에서 명망을 가진 목회자들의 추락이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한국 교회도 명성이 있는 목회자들이 본래 그런 탐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 교회를 개척할 때는 생명을 걸고 가난을 벗 삼아 사역했던 존경받을만한 교역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커가면서 그만큼 세상과 교회의 존경을 받게 되고, 거기에 안주하다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세상의 돈, 명예, 권력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그런 세상적인 것을 소유하면서 점차 교만해져서, 자신이 무슨 대단한 존재라도 된 것인 줄 착각하기에 이르게 되어, 결국 날개 없는 추락의 길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가 여기에서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구원의 감격을 찾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구조적인 면에서 보면, 한국교회의 연합회를 속히 하나로 정립해야 한다. 현재 보수진영의 연합체가 한기총과 한교협으로 양분되어 있는데, 이 두 기관 모두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교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교단 대표들이 모여 두 기관을 망라한 연합기구를 만들어 보수측이 하나의 연합기관을 이루고 나아가 KNCC와도 느슨하더라도 하나의 지붕 아래 두 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교회 갱신과 연합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이 하나의 연합기관에서 목회자 윤리 위원회를 만들어 목회자의 윤리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면서 목회와 병행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목회자들의 변화를 추동할 때 한국교회가 사회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원할 뿐이다. 이는 그만큼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기본도 안되는, 상식 이하의 삶을 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회자는 세상 사람들의 상식 이상의 높은 차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말한다. 바울이 말한 것은 비현실적인 이상을 말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할 수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목회자가 된 것은 돈과 권력과 쾌락을 구하려고 나선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구원의 감격을 이기지 못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서 된 것이 아닌가?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이 구원받은 감격의 때로 돌아갈 때,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때가 바로 한국교회를 치유해 나가는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