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가 이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 대통령이 물러나라는 촛불이 전국에 피어올랐다. 대한민국 기독교계 대표 원로들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이미 상실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뉴시스
<참석자> △ 좌담 - 최성규 목사 (전 한기총 대표회장) - 전병금 목사 (전 기장 총회장) - 박춘화 목사 (전 기감 서울연회 감독) - 최건호 목사 (전 기성 총회장) - 김순권 목사 (전 예장통합 총회장) - 장차남 목사 (전 예장합동 총회장) △진행 -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각계에서 분출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원로들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이미 상실됐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원로는 또 ‘최순실 게이트’의 근본원인은 박 대통령이 젊은 시절부터 영세교주 최태민씨와 인연을 맺고 이를 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계도 최태민의 샤머니즘과 이단을 용인해준 잘못이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전병금(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목사는 11일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C채널스튜디오에서 ‘길 잃은 대한민국, 원로에게 묻다’란 주제로 열린 국민일보·C채널 공동주최 한국교회 주요교단 원로 초청 특별좌담에서 “국가 지도자가 국정을 다스릴 동력을 이미 상실한 비극적 상황”이라고 현 정국을 진단했다.
전 목사는 “역대 대통령들이 부정부패와 장기집권 등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을 때는 잘못된 부분만 도려내면 됐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차남(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 목사도 “살아오면서 수많은 정치적 격변을 봐왔지만, 이번처럼 당혹스럽고 부끄러운 적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진행을 맡은 좌담에는 두 원로목사를 비롯해 김순권(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박춘화(전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 감독) 최건호(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최성규(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등이 나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를 맞은 국정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최건호 목사는 “이번 사태는 영세교 교주 최태민씨의 주술에 빠져 정권과 사교집단이 유착관계를 맺으면서 국가위기를 초래한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성장주의’만을 강조하며 기독교 이단집단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한 것이 종교의 탈을 쓴 범죄 집단을 키운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 목사는 “한국교회가 주술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여주는 최씨를 영력 있는 목사로 여기도록 용인한 것도 문제”라며 “그런 풍토가 최씨를 기독교계에서 기생토록 했다”고 꼬집었다.
출연자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성난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향후 대응과 전망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
소 목사는 “인산인해를 이룬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의 분노와 적개심을 읽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등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결단, 대책 마련만이 국민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이미 국민 신뢰와 국가운영 동력을 잃은 박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명명백백하게 의혹들을 조사·발표해 국민 분노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대통령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2선으로 물러나 전권을 위임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 목사는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안정”이라며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또는 하야에 반대했다. 그는 “정치권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현 상황을 이용해선 안 된다. 외교와 안보를 위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지혜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최성규 목사 역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정이 멈춰선 안 된다”며 “국가적 위기일수록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시국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에 대해서도 조언과 요청이 이어졌다. 최건호 목사는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질서를 유지한 채 집회를 마무리 한 것이야말로 국가 지도자에게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을 보여준 것”이라며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이 ‘모든 절망의 끝자락에서 시작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한 것처럼 교회가 희망의 메시지로 국민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규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진정성이 담긴 제3차 국민 사과문 발표를 요청하자. 한국교회도 보수·진보를 초월한 하나된 범국민 기도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좌담은 15일 오후 10시30분(재방 16일 오후7시) C채널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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