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자신을 규탄하다
NCCK 등 한국교회개혁 94조 선언
“6. 목사는 독단과 아집에 사로잡혀 권위적 교권주의를 초래하여 종교개혁의 만인 제사장 정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18. 교회 재정을 구제와 나눔과 선교에 사용하지 않는 교회에 헌금하느니 차라리 그것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더 주님의 뜻에 합당하다.”
“33. 중세교회에는 한 명의 교황이 있었지만 현재 한국교회에는 수백 명의 교황들(목사)과 종신 교회 귀족들(장로)이 있다.”
“57. 한국교회의 극심한 분열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79. 우리 사회의 구조화된 정치모순과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의와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일은 교회사역의 필수영역에 속한다.”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개신교에서 “교회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회개의 선언이 나왔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당시 교회의 부정과 부패, 모순을 비판하는 ‘95개 논제’(95개 명제)를 발표했다. 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연구원은 3월 24일 오늘날 한국교회가 500년 전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을 냈다.
이들은 “교회가 자본의 질서와 결합해 물질우선주의, 교회성장주의 신화 속에 빠져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며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처절한 심정으로 여과 없이 드러내고 긴급하게 실천할 94개 선언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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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연구원 원장 전병금 목사가 '한국교회개혁 94선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
한국교회개혁 94선언은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인 목사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고, “교회가 예배당 건축에 많은 재정 투입을 하며 중대형 교회로 키우기 위해 경쟁하는” 등 교회가 얼마나 돈에 사로잡혀 있는지 드러냈다.
또 오늘날 교회는 종교개혁의 3대 원리인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성경으로만’, ‘오직 은총으로만’에 기초하지 않고, ‘오직 돈으로만’, ‘오직 권위’를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탈핵 등 생태환경 분야에서 책임을 다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이들은 ‘한국교회개혁 94선언’ 서명운동을 벌이고, 여러 의견을 바탕으로 수정한 뒤 10월 31일에 최종 선언문을 발표한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31일 스웨덴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종교개혁 덕분에 가톨릭교회에서도 성서가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웨덴에서는 2000년까지 루터교가 공식 국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