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촌 캠프 16지역에 있는 지구촌 구호병원에 대한 활동 글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639348
[르포]로힝야족 난민촌에서 태어난 국적없는 아이들
로힝야족 학살 2년, 세계 최대 난민촌이 생겼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설치된 로힝야 난민촌의 모습. 어린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에만 8만6000명 정도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녹슨 양철 패널과 마대 천, 대형 비닐 포장지를 나무에 이어붙인 공간이 아이의 보금자리였다. 퀴퀴한 냄새가 가득한 움막 틈 사이로 2살이 채 안 된 삼수우딘은 처음 햇살을 봤다. 아이는 2년 전 엄마 뱃속에서 미얀마 국경을 넘었다. 목숨 건 탈출을 함께 한 난민들이 이웃이 돼 엄마의 출산을 도왔다. 고향이 난민촌인 아이에게 국적은 없다. 핏줄인 미얀마, 태어난 곳인 방글라데시 모두 아이를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난민의 아이는 무력했다. 아이의 건강은 가족 숫자에 따라 받는 식량 배급량에 의해 결정된다. 난민촌 밖으로의 이동은 제한됐고, 난민촌 내에는 일감이 없어 삼수우딘 가족은 구호단체나 NGO가 주는 식량을 받아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더 먹일 수 있는 건 없다. 집 밖에는 온갖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마땅한 배수 장치가 없어 폭우가 내린 뒤 해가 뜨면 물은 곧 썩었다. 악취 풍기는 오염된 물이 집 주변에 넘쳤다.
삼수우딘은 올해 초 집 안을 기어 다니다 끓는 물에 왼손을 집어넣어 화상을 입었다. 피부가 녹아내려 손가락을 펼 수 없게 됐다. 난민촌에서 지구촌구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지구촌구호개발연대(이사장 전병금 목사)는 지난 5월 삼수우딘의 왼손을 발견했다. 아이를 진료했던 최병한 원장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병원으로 보내 겨우 회복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머물 곳으로 생각했던 땅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는 난민들의 터전이 돼버렸다.
도망쳐 온 낯선 땅에도 생명이 태어났다
미얀마 군부의 학살과 억압으로 촉발된 로힝야 난민 사태가 25일로 2년을 맞았다. 죽음을 피해 열흘을 걸어 도망간 곳, 콕스바자르는 농사지을 만한 땅이나 우물을 팔만한 지하수가 없어 방글라데시 사람들조차 거의 살지 않던 척박한 땅이었다. 방글라데시 군대는 로힝야 난민들이 자국 내로 밀려들어 오지 못하게 총을 들고 난민촌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난민이 계속 불어나면서 난민촌은 인근 야산으로 확대됐다. 현재 캠프 31곳이 마련돼 있는데, 난민은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이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방문한 로힝야 난민촌에서는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6, 7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아직 혼자 걷지 못하는 한두 살쯤 되는 동생을 데리고 거리에서 놀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며 내는 웃음소리가 메마른 땅을 겨우 채워 넣었다.
지구촌구호병원 측은 난민촌에 현재 임산부가 10만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들 중에선 미얀마 군부 학살 때 성범죄를 당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민촌 관계자는 “성범죄를 당한 뒤 난민촌에서 출산한 경우도 많지만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쉽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