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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난민캠프 르포②] 미얀마 군인 강간으로 낳은 생후 15일 아기 누구의 책임인가요?
<아시아엔> 독자분이 지난 주말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오늘 밤 방글라데시로 출국합니다. 가서 로힝야 병원 만드는 것 세팅 잘 하고 병원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한번쯤 오셔서 세계 최대의 난민촌을 둘러보고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함께 어깨 걸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시아엔>은 이에 그에게 현지 사정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2월 10일 아침 첫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국내에 있는 동안 의약품·의료기 등을 확보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다니다가 훌쩍 떠나오게 되었다”며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이곳 실상을 알고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그 독자분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접경지대 콕스 바자르 지역의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보내오는 로힝야 현지 르포를 독자들께 전할 예정입니다. 필자 이름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아시아엔=편집국] 물품을 나누어 주는 난민캠프를 찾아갔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넓은 공터에 줄을 치고 빼곡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줄을 서 있습니다. 이들은 방글라데시 군인들 통제에 따라 대여섯 줄로 구렁이처럼 또아리를 틀면서 뙤약볕 아래 줄지어 서 있습니다.
지원물품 차가 와서 물품을 내리면 순서대로 받아 가기 위해서입니다. 군인들은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대형 트럭 한대가 도착해서 후진으로 차를 들이댑니다. 군인들이 올라서고 포장된 물품 하나씩을 건네주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받으려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쌀과 기름, 양파와 감자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여인은 아기를 가리키면서 아기 몫으로 하나를 더 달라고 요구하다가 퇴짜를 맞은 듯 밀려 나갑니다.
캠프 한켠에는 구호단체의 진료와 투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줄을 서 있는 엄마의 품에 아기를 보자기로 감싼 듯해서 물으니 자신의 아기라고 합니다. 보자기를 들추어 보여주는데 아기는 갑자기 햇빛에 눈이 부신지 얼굴을 찡그리며 울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파서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울 기력도 없어 보입니다. 이 아기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 진료소에 줄을 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15일 된 아기는 아직 이름이 없다고 합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엄마는 이 아기의 이름을 지어 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여인의 이름은 ‘하시나’(28세).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남편은 미얀마 군인에게 학살을 당했고, 자신도 미얀마 군인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을 했습니다. 남은 자식들이 불쌍해서 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만삭인 채로 피난을 왔고, 낙태도 할 수 없어 천막에서 출산을 했습니다. 이 아이의 아빠는 남편을 학살한 원수입니다. 그 원수의 씨앗이 이 여인의 자궁을 통해 임신이 되고 출산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운명의 장난일까요? 아니면 하나님을 원망해야 될 이유일까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엄마는 아기를 계속 키워야 할까요? 우리는 이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애써 외면하면 될 일일까요?
미얀마에서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건너오는 로힝야족 사람들이 10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 공식 난민통계는 ‘100만명’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도 미얀마 당국은 1974년부터 로힝야족에게 미얀마 국적을 박탈했습니다. 그 바람에 로힝야 사람들은 미얀마 내에서 무국적자에다 불법체류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의료혜택이나 경제활동에서 심한 홀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8월 사태 이전에 미얀마를 떠난 로힝야족이 30여만명의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70여만명이 미얀마를 빠져나왔습니다. 이들은 학살을 피해 보따리 몇 개만 가지고 피신한 이들입니다. 로힝야족 난민캠프는 지옥과도 같은 아수라장입니다. 먹을 음식도 모자라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현지 응급치료 코디네이터인 케이트 화이트씨는 “화장실이 태부족이다. 난민 쉼터를 돌아보면 오염된 물과 사람의 배설물이 도처에 널려 있어 피해다녀야 한다”고 말합니다.
UN단체가 지원하고 있지만 범위가 넓고 무리를 지어 산개되어 있기에 조직적인 지원이 어렵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또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기에 풍성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남편은 학살당하고 부인은 강제 임신을 당한 채로 출산을 기다리는 여성도 많습니다.
비닐을 덮고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들은 닥쳐 올 겨울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먹을 것이 없어 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밤의 저온을 이기지 못해 감기 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당장 해야 될 일이 있습니다. 병원과 고아원, 여성심리치유센터 건립이 바로 그것입니다.
로힝야족 난민캠프에서 쏟는 눈물은 언제나 그칠 수 있을까요?